대표님들에게 '회장님'이라 불린 라덕연, 학창시절부터
- 2023. 5. 4
투자자 1000여명, 1조원의 자금을 동원한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라덕연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그는 주가폭락 직전까지 '회장님'으로 불리며 위세를 떨쳤다. 가수 임창정이 지난해 12월 투자자 행사에서 라 대표에게 "아주 종교야. 너 잘하고 있어"라고 극찬하자, 투자자들은 "믿습니다! 할렐루야!"라며 호응했답니다.
지난달 24일 라 대표가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8종목(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라 대표가 해당 종목을 매개로 차액결제거래(CFD), 신용거래융자 방식을 동원한 탓에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과 거액의 빚을 떠안았다. 라 대표가 호언장담한 투자 신화가 깨졌고, 주가조작과 폰지사기 총책이라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언론 인터뷰에 적극 임한 라 대표는 대리 투자(미등록 투자일임)와 관련한 모든 작업은 자신이 설계했다고 인정했다. 통정거래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세조종 의혹의 시발점이 된 주가폭락 책임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게 떠넘겼다. 라 대표는 폭락 직전 605억원을 현금화한 김익래 회장과 전면전에 나섰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라 대표는 김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했답니다.
본지는 라 대표와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제보와 증언, 일당이 설립 또는 인수한 수십곳의 회사 정보를 바탕으로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일당 회사 13곳을 찾아내 현장 취재를 진행했고, 이들이 인터넷에 남긴 기록도 취재에 활용했답니다.
라 대표는 동국대 정보관리학과(경영정보학과) 00학번 출신이다. 대학 시절 과학생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소위 '인싸'로 떠올린 동문도 있었다. 라 대표는 졸업 이후 여러 차례 동국대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그는 프로필에 안철수연구소(안랩)에서 근무했다고 적었다. 안랩은 사내 시스템에 라 대표의 근무 기록이 없다고 밝혔답니다.
국민대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시점은 2012년이다. 라 대표의 전공은 트레이딩시스템. 그는 2014년 1월 '수급 데이터를 활용한 코스피200 선물 데이트레이딩 전략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발표했다. 한 동기는 "밝은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특별한 점은 없었던 상황이다"고 말했답니다.
라 대표는 2014년부터 투자자문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2014년 7월 금융감독원에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한다. 라 대표는 '호안스탁'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을 유료로 제공했다. 2017년 2월부터는 '호안스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투자 강의 영상을 올렸다. 라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서울 구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 대표의 PC방으로 추정된 업체는 2016년 9월 폐업했습니다.
그는 2016년부터 여러 차례 오프라인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주로 인천 사무실을 활용했다. 자신에게 주식계좌를 맡길 투자자를 모집하려는 시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 대표는 2017년 4월 한 경제방송에 출연해 시황 분석을 하고, 2018년 2월에는 교보증권에서 강연도 펼친다. 당시 강연 주제는 해외 선물 실전 투자전략이다. 교보증권은 라 대표를 주식 및 해외 선물 전문가로 소개했다. 그는 가치주 발굴법, 미국 경제정책에 따른 해외 선물 투자기법 등을 강연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당시 라 대표가 정말로 시장에서 나름 전문가로 많이 알려졌던 사람이라 초청한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오프라인 세미나와 홈페이지에서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소개했다. KB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이력도 붙였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증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상품 투자권유를 대행하는 직업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증권투자권유대행인 또는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자격시험 합격이 필수 조건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로 특정인의 투자권유대행인 활동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답니다.